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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는 동시대 예술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해석을 텍스트나 이미지 형식으로 포스팅해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으로 영어나 한국어, 또는 두 언어 모두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기고할 수 있습니다.  

No.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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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7.
«전환들»
카테리나 리바
August 24 2020

ICA 싱가포르(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Singapore)에서 열린 제레미 샤마(Jeremy Sharma)의 전시에는 강렬한 울림이 있고, 전시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듯 하다. 싱가포르의 뮤지션이 연주하는 악기들이 바로 제레미 샤마의 비디오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 중 하나에는 전체 전시장을 감정이 풍부한 분위기로 가득차게 만든 색소폰 연주자가 나온다. 이 연주자는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도 연주했던 빌리 웡(Billy Wong)으로 길거리 버스킹을 하다 샤마와 친구가 되었다. 비디오 작품에서 그는 기타용으로 작곡된 노래를 재해석해 연주하고, 그가 편곡한 악보가 전시장 벽에 붙여져 있다. 샤먀는 싱가포르 공영 아파트 스카이라인이 배경으로 보이는 사무실 창가에서 노을이 질 무렵 연주하는 빌리 웡을 촬영했다. 비디오 작품 옆에는 이 사무실을 촬영을 위해 하루 동안 빌렸음을 나타내는 계약서가 있다.            

Jeremy Sharma, Athlete (interpretations) (video still), 2017, video and sound installation © Courtesy the artist

Jeremy Sharma, Athlete (interpretations) (video still), 2017, video and sound installation © the artist

전시장의 다른 한 편 대각선으로 배치된 세 개의 스탠드에 설치된 세 개의 스크린 위에는 드럼이 있다. 작품이 꺼져있을 때, 전시장의 회색 바닥과 하얀 벽과 대조되는 세 개의 검은 스크린은 물리적인 파티션이 된다. 작품이 켜지면, 싱가포르 기반의 뮤지션 이자드 라드잘리 샤(Izzad Radzali Shah)의 드럼 연주를 스크린 하나씩 차례로, 마치 똑같은 이미지가 증식되는 1990년대 흑백 뮤직 비디오 스타일처럼 보여 준다. 그렇지만 세 개의 세트는 다른 세션에 녹음되었다. 또한 주의 깊은 관객이라면 이자드에게 준 지시문이 인쇄된 종이 한 장으로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샤마는 이 지시문에서 그에게 똑같은 검은 옷을 입고, 같은 록 선율로 반복하고, 세 번의 다른 시간에 녹음할 것을 요청했다. 드럼이 스크린 위에 나타날 때 그 사운드가 전체 전시장을 감싸고, 다시 꺼지기 전까지 드럼 비트는 주변의 다른 작품을 압도한다. 샤마는 비디오와 사운드가 켜지고 꺼지는 시점, 즉 전시의 박자를 결정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지만 (음악과 댄스, 테크닉 등) 다른 이들의 연주를 존중하고 신뢰하기에 마치 동료 뮤지션과 잼을 하듯 다른 작업들이 즉흥적일 수 있게 한다.   

Jeremy Sharma, Hypostasis (video still), 2018, 3- channel digital video © Courtesy the artist

Jeremy Sharma, Hypostasis, 2018, 3-channel digital video © the artist

전시장의 유리 파사드를 통해 «전환들»전에서 유일하게 조용한 작품을 볼 수 있다. 3채널 비디오 작품은 수직으로 쌓아올려진 세 개의 플랫 스크린을 기둥에 비스듬히 기울이며 설치되었다. 이 작품은 서구 영화사의 걸작 흑백 영화 2편인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C. T. Dreyer)의 <잔 다르크의 수난(The Passion of Joan Arc)>(1928)과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P. P. Pasolini)의 <마태복음(Gospel According to St. Matthew)>(1964)에서 발췌한 영상으로 이루어졌다. 풍부한 표정의 얼굴의 잔 다르크는 눈물을 흘리고, 그녀 머리 위 스크린에서는 파졸리니 영화의 아마추어 캐릭터 슬픈 광대가 복음서의 장면을 연기한다. 갓난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는 요셉과 함께 세 명의 동방박사를 맞이한다. 처음 이 전시의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종교의 믿음을 바꾼다는 뜻으로 해석했었다. 하지만 제레미 샤마는 «전환들»은 음악이나 테크놀로지, 데이터 등에서 쓰이는 파일 확장자의 전환을 뜻한다고 알려주었다. 이 전시를 위해 샤마는 자신의 아카이브 폴더를 열고, 오래된 프로젝트나 오래된 테크놀로지로 저장돼 공개하지 않았던 비디오 작업을 선정했다고 한다. 복원되어 ‘전환된' 영상에는 다른 나라로의 여행이나 공항, 미술관에서의 퍼포먼스, 영국에서 우연히 마주친 시위, 타이푸삼(Thaipusam: 힌두교 축제의 일종) 등이 있다. 이처럼 «전환들»은 누군가의 망막에 박힌 장소와 기억, 청각적이고 시각적 이미지의 알파벳을 제공하고, 개인적인 연결 고리와 성찰을 촉발시킨다. 

샤마의 두 아들인 제이든(Jaden)과 제이콥(Jacob)-두 이름 모두 J로 시작되는-은 벽에 프로젝션된 작품 일부에 등장하기도 한다. 제이든은 벽에 붙여진 종이 작품에 ‘전환들'이란 단어를 썼고, 글쓰기를 배우는 누군가의 손으로서 나타난다. 이들은 작가에게 아주 개인적인 감정과 중첩된 프로젝트를 주는 동시에 삶과 예술이 끊임없이 얽혀있음을 보여 준다.  

나는 이 전시를 여러 번 보았고, 매번 다른 것들에 사로잡혔다. 보트와 리프, 시와 같은 다양한 사운드를 들었고, 오렌지나 빨간 돌과 함께 있는 벨, 물 위에서 속도를 내는 보트 같은 다양한 이미지에 주목했다. «전환들»은 (따뜻한) 개인적 감정과 (차가운) 개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나에게는 내 친할아버지를, 그리고 그가 어떻게 색소폰을 연주하곤 했는지, 가족 중에 그를 뒤이은 음악적 재능을 가진 이가 없었음을 떠오르게 했다.  «전환들»은 압축된 감정과 이미지, 생각의 전서(全書)이고, 이 전시에서 관객은 어떤 것에 주목할지, 어떤 것들을 자신의 머리 속과 전시장에서 결합시킬지를 결정할 수 있다.